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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24 중앙일보 스마트폰의 아버지 “제2의 스티브 잡스, BT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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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만난 사람] 스마트폰의 아버지 “제2의 스티브 잡스, BT서 나온다”

[중앙일보] 입력 2017.01.24 01:00   수정 2017.01.24 01:00

지난 19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만난 존 스컬리 애플 전 CEO는 “ BT는 앞으로 100년간 가장 크게 성장할 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0년 전부터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사진 전민규 기자]

지난 19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만난 존 스컬리 애플 전 CEO는 “ BT는 앞으로 100년간 가장 크게 성장할 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0년 전부터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사진 전민규 기자]

“제2의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는 바이오기술(BT) 산업에서 나올 겁니다. BT는 초창기 정보기술(IT) 산업보다 훨씬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BT 벤처사업가로 변신한 존 스컬리 전 애플 CEO

BT 성장세, 초기 IT산업보다 빨라
유전자 맞춤형 의료 분야가 유망

원스톱 의료 서비스 플랫폼 개발
원격 기술과 결합 땐 파급력 커
삼성전자 IT에 강해 BT도 기대

중국에 큰 관심, 매년 5~6회 방문
샤오미 같은 토착 회사들 주목해야

‘스마트폰의 아버지’로 불리는 IT 업계의 살아있는 전설은 이제 BT 벤처사업가로 변신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그의 나이 78세. 인생의 황혼기지만 자고 일어나면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미래 산업에 뛰어들어, 4차 산업혁명의 한복판에 서 있다. 스티브 잡스와 공동 경영으로 애플의 성장을 이끈 존 스컬리 애플 전 최고경영자(CEO)를 본지가 19일 단독 인터뷰했다. 그는 1983년 스티브 잡스의 삼고초려로 애플의 CEO직을 수락했지만 85년 의견 차이로 잡스를 애플에서 쫓아냈다.그가 애플을 그만둔 93년 잡스는 다시 그의 후임 CEO로 복귀하게 된다.

그가 한국을 찾은 건 1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국제정밀의료센터(IPMC) 주최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바이오 기술을 연구하는 석학과 사업가가 한자리에 모인 행사에서 그는 “BT 기업들이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게 되면 새로운 거인들이 출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 바이오 벤처기업 알엑스어드밴스(RxAdvance)의 이사회 의장으로서 이 행사에 참석했다.

알엑스어드밴스는 지난해 환자와 의료진이 한눈에 의료 서비스의 모든 진행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가령 환자가 의사에게 어떤 질병을 진단받았는지, 이후 어떤 검사를 했고 어떤 약물을 처방 받았는지에 대한 정보가 클라우드 플랫폼에 입력된다. 수많은 환자들을 어떻게 치료했는지 일일이 기억할 수 없는 의사들도 한눈에 지난 치료 기록들을 살펴보기 쉽고, 환자들도 자신에게 어떤 처방이 내려졌는지를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알엑스어드밴스는 이런 서비스를 창업 3년 만인 지난해 처음 선보였는데 출시 첫해 6500만달러(약 7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스컬리가 밝힌 올해 매출 목표도 5억달러(5900억원)로 전년의 8배에 달한다. 내년에는 20억달러(약 2조3500억원), 2020년에는 140억달러(약 16조4600억원)의 매출 목표를 설정하는 등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그는 “2020년 알엑스어드밴스가 목표로 한 매출액은 전 세계 가상현실(VR) 관련 산업 예상 매출액보다 더 크다”고 자신했다.
애플 공동 경영을 맡았던 존 스컬리(오른쪽)와 스티브 잡스가 맥킨토시 초기 모델을 홍보하기 위해 제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중앙포토]

애플 공동 경영을 맡았던 존 스컬리(오른쪽)와 스티브 잡스가 맥킨토시 초기 모델을 홍보하기 위해 제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중앙포토]

BT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해 급성장하는 과정을 직접 지휘한 그는 “전체 BT 산업도 초창기 IT 산업처럼 급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IT 산업의 태동기에 뭇사람들이 개인용컴퓨터(PC)가 왜 필요한 지를 물었던 것처럼 유전자 분석에 바탕을 둔 맞춤형 의료 기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도 그때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아직은 왜 필요한지 사람들이 절실히 체감하지 못하지만 “바이오기술의 진화로 개개인의 유전적 특성에 맞는 치료를 할 수 있게 되면 상처 치료는 물론 피부노화 방지, 근육재생 등 기존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스컬리는 “BT 산업은 앞으로 100년 동안 가장 크게 성장할 산업이 될 것”이라며 “초기 IT 산업보다 더 빨리 성장할 것이므로 스타트업이 뛰어들기 가장 좋은 분야”라고 평가했다. 그는 “BT 산업은 IT 산업과의 융합으로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기여할 수 있는 역할도 언급했다. 기회가 되면 함께 협력을 하고 싶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스컬리는 “삼성전자가 발걸음 수를 재는 수준을 벗어나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디지털 원격의료 다바이스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런 제안을 하는 이유는 삼성전자의 디지털 원격의료기기 제조 기술과 알엑스어드밴스의 의료 정보 플랫폼이 만나면 BT 산업의 혁신을 앞당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BT가 IT를 만나면, 다시 말해 BT에 원격 의료가 접목되면 의사의 손길이 필요한 만성질환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간단히 혈당이나 혈압, 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하고 이상이 있을 때만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이들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행정비용만 1500만 달러(18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만성질환자 뿐만 아니라 모든 의료 서비스가 클라우드로 관리되면 의사들의 중복 처방도 막을 수 있다”고 그는 조언했다. 스컬리는 “삼성전자와는 아직 협업을 논의하고 있진 않지만 회사 명을 밝히기 어려운 다른 디지털 기기 기업들과는 이미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스컬리는 애플을 떠난 지 20년이 넘었지만 애플의 저력에 대해서는 믿음을 잃지 않았다. 그는 “35년간 애플이 절대로 양보하지 않았던 원칙은 사용자의 입장과 경험에서 출발하라는 것,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제품을 판다는 것이었다”며 “애플은 단지 IT 기업이 아니라 디자인, 마케팅 기업으로서 소비자들이 사랑할 수 있는 제품을 계속해서 만들어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매년 중국을 5~6번 방문할 정도로 중국 시장에 관심이 많다. 샤오미나 화웨이처럼 자체 브랜드가 성장하는 모습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애플에도 해외 생산 공장을 자국 내로 이전하라고 압력을 넣는 데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다만 “아직 너무 일러서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미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라고만 조심스럽게 말했다.
 
◆존 스컬리(78)
1939년생. 미 브라운대 건축학과,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출신. 펩시콜라 부사장 시절 “설탕물이나 팔면서 남은 인생을 낭비할 것이냐, 아니면 나와 함께 세상을 바꿀 것이냐”란 스티브 잡스의 말에 매료돼 83년부터 10년 동안 애플 CEO를 지냈다. 노트북의 원형이 된 파워북(90년), 스마트폰 원형이 된 뉴턴 PDA(92년) 출시를 주도했다. 최근 10년 간은 바이오산업에 뛰어들어 ‘랠리 헬스(Rally Health)’, ‘알엑스어드밴스(RxAdvance)’ 등을 창업했다.

글=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사진=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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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joins.com/article/21167082#none